시온교회 황효식 목사님 시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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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9월 22일 

파병문제, 정권의 색깔만 고집하면 안 돼

국가적인 역학관계에서 국익을 고려해서 선택해야

   지금 노무현 대통령은 햄릿의 독백을 읖조리고 있다. "파병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 이것이 문제로다!" 여론은 팽팽하게 양분된 상황이어서 어느 쪽으로 결정을 하든 만만치 않은 비난을 받게 될 것이 뻔하다. 노무현이 만약 대통령이 아니라면 그는 누구보다 앞장서서 파병을 반대할 사람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가 이 나라의 안위를 결정짓는 최고 통수권자의 위치에 있다는 데 있다.

   미국은 노무현이 반미세력들에 의하여 대통령이 된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김대중의 이중 플레이에 녹아난 미국은 노무현에게만큼은 절대로 속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부시와 그의 참모들은 노무현이 주한미군의 필요성 때문에 겉으로는 어쩔 수 없이 미국에 호의를 보이고 있지만 속으로는 그와 정반대라고 확신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노무현이 대통령 선거전 때, 빨치산이었던 장인의 묘소를 참배한 것을 기억하고 있다.

   6.25 때, 이 나라의 공산화를 막기 위하여 미군 4만 여명이 전사하고 그보다 훨씬 많은 수의 중상자가 피를 흘렸던 미국은 한국의 대통령이 빨치산에게 참배하며 반미세력들에게 추앙받는 인물이라는 데에 엄청난 실망과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김대중 정부의 암묵적인 동의 하에 기반을 확장한 반미친북 세력들이 노무현 정부에서는 행정부와 정보부, 그리고 언론까지 장악함으로서 사실상 반미친북 세력이 한반도에서 거의 구체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이러한 인식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킨다. 왜냐하면 미국은 더 이상 한국을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잘 알다시피 미국은 9.11 테러 이후, 자국의 안보에 대한 개념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들은 이제 자국민들을 테러에서 보호하기 위하여 유엔의 동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무법에는 무법으로 대처하겠다는 것이 9.11 테러 이후에 변화된 미국의 안보개념이다.

   미국은 이라크와 북한(후세인과 김정일)을 무법을 일삼는 악의 축으로 분류했고, 유엔의 동의가 없어도 이 두 나라를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다. 실제로 이라크는 미국의 공격에 의하여 점령된 상태고 문제는 북한이다. 미국은 핵무기와 다량 살상무기를 생산하는 북한을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다. 다만, 아직까지 공격을 하지 않는 이유는 그동안 굳센 동맹관계였던 한국 국민들과 주한미군의 엄청난 희생을 염려해서였다.

   그러나 이제 미국은 한국을 포기했거나 아니면 포기하는 중이다. 미국을 증오하는 한국에 더 이상 미련을 둘 필요가 없는 것이다. 부시행정부의 고민은 무슨 핑게로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느냐, 하는 것이다. 주한미군만 철수시키면 미국은 그들이 원하는 대로 작전을 개시할 것이다. 미국은 더 이상 대한민국을 형제국가로 생각하지 않는다. 북한과 똑같이 취급한다. 그들은 북한언론과 한국언론들이 거의 같은 수준으로 미국을 비난하고 있다고 본다.

   그동안 미국은 한국의 민주화와 경이적인 경제발전에 대하여 큰 보람과 긍지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미군들이 훈련도중 운전자의 실수로 여중생 두 명이 희생된 것을 빌미삼아 반미촛불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것을 보면서 미국인들은 한국에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 그들은 한국사람들의 배은망덕에 분개했다. 미국인들은 주한미군을 철수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한국에 대한 미국의 여론은 사상최악이다.

   끔찍한 상상이지만 만약 주한 미군이 철수한다면 대한민국은 삽시간에 엄청난 혼란에 휩싸일 것이다. 국가 신인도는 바닥으로 떨어질 것이고 주식은 휴지조각이 될 것이다. 또 전쟁에 대한 공포로 이 나라를 빠져나가려는 사람들과 사재기하려는 사람들로 경제가 마비되고 공권력이 무력화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 주한미군을 인질로 삼아서라도 미국의 주한미군 철수를 막아야 할 만큼 급박한 상황이다.

   그 동안 군부 독재자들이 북한의 도발을 정략적으로 악용한 결과, 우리 국민들은 전쟁에 대하여 무감각한 상태다. 참으로 어이가 없는 것은 외국에서는 한국에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시간문제로 보는데 반해 막상 우리 한국인들은 전쟁에 무감각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이민열풍이 불고 있는 데 그것은 어쩌면 전쟁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표출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든 사람들이 만약 이 나라를 떠나려 한다면 그 얼마나 무책임하고 파렴치한 짓인가.

   이라크 파병문제를 놓고 웬 사설이 그리 기냐고 불평을 하시겠지만, 파병문제는 바로 이러한 작금의 한미관계를 고려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만약에 파병을 거부하면 우리와 미국의 관계, 아니 부시와 노무현의 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그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것을 감당할 자신이 있는가? 노통은 지금 사면초가에 놓인 상태다. 신당문제로 정국은 급랭했고 지지도는 더 떨어졌다. 태풍 매미로 온 나라가 어수선하다. 경제는 엉망이고 실업자는 득실거린다.

   만약에 노통이 파병을 거부함으로 미국과의 관계가 최악이 되면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자칫 파국으로 치닫는 위기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노통 주변에는 더 이상 미국에 의존하지 말고 우리 민족의 문제는 우리끼리 해결하자고 부추키는 사람들이 많다. 맞는 말이다. 우리 한반도의 운명을 우리 민족끼리 해결하자는 주장에 선뜻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끼리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느냐는 것이다.

   남북갈등은 고사하고 남남갈등만으로도 지금 우리는 큰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런 주제에 우리끼리 도데체 뭘 해결할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지금 우리 민족을 비하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우리 민족은 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민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의 민족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일 뿐만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강대국들의 상호 이해관계가 너무 복잡하게 얽혀있는 상황이다.

   글쎄, 억지로 라면 해결할 수는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해결은 지금까지의 대한민국의 모든 정체성과 풍요로움을 전부 반납해야 할 것이고, 어느 한쪽의 반대세력들이 전부 숙청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그나마도 전쟁을 하지 않고 우리끼리(?) 해결했을 때의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만약 이 땅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 피해는 상상을 불허할 것이며, 월남이나 캄보디아보다 훨씬 더 지독한 상황이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 민족의 재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파병문제는 국가적인 역학관계에서 국익을 고려하여 선택해야지 정권의 색깔대로만 고집하려해서는 안 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노무현 정부가 차기 미국 대통령 선거를 눈여겨보면서 지혜롭게 처신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통이 파병을 반대한다면, 실망스럽긴 하겠지만 그래도 나는 노통의 선택을 존중할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그가 대통령으로서 결단한 선택을 무시하지 않을 것이다. 그를 위한 기도와 사랑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  시온교회 황효식 목사님 칼럼은 인터넷신문 뉴스파워에서도 읽으실 수 있습니다. ) 

황효식 목사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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