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교회 황효식 목사님 시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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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9월 3일 

북한 미녀 응원단의 눈물

피조물이 피조물을 경배하고 찬양하는 행위는 가장 극악한 것

8월 31일, 화려한 폐막식과 함께 제22회 하계 U대회가 끝이 났다. 북한의 참석여부를 놓고 대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참으로 말 많고 탈 많았던 대회였다. 11일간 대회가 진행되는 도중에도 북한 기자들과 남측의 보수단체들의 충돌이 있었고, 이 사건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견해가 엇갈리면서 남남갈등의 골이 더 한층 깊어진 듯한 느낌이다.

▲북한 응원단 카페까지 개설됐다.     ©관련 카페

이번 하계 U대회는 스포츠를 통한 전 세계 대학생들의 화합의 장임에도 불구하고 스포츠 정신을 우선하는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이번 대회를 보도하는 언론들이 이 대회를 지나치게 정치적, 사회적으로 이용하였기 때문이다. 특히「오마이뉴스」가 유독 심했는데「오마이뉴스」의 경우, 이번 U대회와 관련한 기사에서 북측 대표팀과 미녀 응원단에 대한 기사가 90% 이상을 차지했고, 경기 자체에 대한 기사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다시 말해서 U대회가 추구하는 진정한 아마추어 스포츠 정신보다는 오로지 남북 교류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얘기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U대회는 8월 31일 폐막되었지만 실제로는 북한 미녀 응원단이 돌아간 9월 1일에야 모든 대회가 끝난 것처럼 보인다. 이번 U대회는 사상 최대 규모인 174개국의 선수단이 참가하여 각종 경기를 펼쳤지만 매스컴의 관심은 온통 북한 대표팀과 미녀 응원단에만 쏠려 있어서 나머지 참가국들은 그저 들러리에 불과한 듯한 인상을 주었다. 이제 뒤늦게 전 세계인이 참여하는 국제대회를 유치해 놓고, 남한과 북한만의 잔치를 벌인 것 아니냐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그래 좋다. 남한과 북한만의 잔치였다는 비난을 받더라도 만약에 이번 U대회를 통하여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민족공조에 대한 이질감이 좁혀졌다면 그나마 위안이 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이번 U대회에서 보여준 북한 사람들의 여러 가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은 통일이 얼마나 힘들고 먼 것인가를 웅변으로 입증하였다. 특히 북한의 미녀들이 장군님이 비를 맞고 있다면서 눈물을 흘리며 김정일의 얼굴이 실사된 현수막을 떼어 영정처럼 모시고 돌아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남쪽사람들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나는 그 젊고 예쁜 여자들이 흘리는 눈물을 보면서 "누가 저들을 저렇게 만들었나?" 에 대한 분노로 온몸이 굳어졌다. 그러면서 수백만명이 굶어 죽어도 폭동이 일어나지 않는 북한사회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북한은 거대한 사교집단이며 김일성과 김정일은 북한 사회에서는 聖父요, 聖子인 것이다. 사실 북한의 미녀 응원단은 북한 체제를 위하여 동원된 예쁜 인형들일 뿐이다. 따라서 우리는 그 예쁜 인형들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사람을 인형으로 전락시킨 저 무시무시하고 가공스러운 범죄의 원흉- "도데체 누가, 무엇이 저들을 저렇게 만들었나?"- 에 대한 부분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만 한다. 그것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지극히 상식적인 논리의 근거자체를 희석시키려는 사람들이 있다. 진보 논객인 노혜경 女史는「서프」에 올린 글에서  "제가 이번 북한 응원단의 플래카드 수거사건을 보며 오히려 염려하는 건, "거봐라, 북한은..." 이라는 식의 반응을 보이며 스스로를 합리화하려 애를 쓸 것이 틀림없는, 소위 북한인권을 걱정한다는 무리들입니다.../ 중략 /...그러므로, 북한 응원단이 보여준 해프닝이 어떻게 해석되든, 그 해석이 북한 주민의 인격을 무시하면서 북한 주민의 인권을 말하는 요상한 단체들의 행동을 정당화시켜주기에는 역부족임을 이제는 모두가 금방 안다는 것이지요.../ 중략.

노혜경 여사는 뭔가 큰 착각을 하고 있다. 남쪽 사람들은 북한의 예쁜 인형들이 한 행동자체를 비난하려는 게 아니다. 그네들을 그렇게 만든 북한의 사악한 체제에 넌덜머리를 내는 것이다. 그런데 노 여사는 문제의 핵심은 외면한 채, 난데없이 북한의 인권을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총구를 들이민다. 그러면서 북한 주민들의 인격을 모독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아울러 북한의 인권을 논하는 사람들을 무리, 또는 요상한 단체로 격하시킨다. 

노 여사의 그러한 태도는 완전히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나는 지금 적과 아군을 나누자는 얘기가 아니다. 진실과 정의에 입각하여 진정한 가해자와 피해자를 가리자는 것이다. 그러나 노 여사의 일방적으로 편향된 시각은 이미 그런 균형감각을 잃어버린 듯 하다. 노 여사의 그런 태도는 어쩌면 진보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작금의 한국 사회는 노 여사와 같은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주류를 이루는 사회가 되었다. 참으로 격세지감이다.

마침내 김수환 추기경께서 입을 여셨다. 김 추기경은 새로 창간된 한 인터넷 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현 시국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는 자리에서 "북한은 햇볕정책에도 불구하고 체제에 아무런 변화가 없고, 오히려 민족공조를 내세우며 남한에 친북·반북의 분열을 유발시키고 있다" 고 햇볕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한 뒤, "햇볕정책으로 남북 사이에 진정한 의미의 화해와 협력이 이뤄졌는지 심각하게 성찰해봐야 한다. 어떤 통일인가를 묻지 않는‘몰(沒) 체제적’ 통일론은 분명히 반대한다. 남북 만남의 마당을 북의 선전장, 북의 입지 강화의 자리로 삼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고 북한의 태도를 비난했다.

김추기경은 노무현 정부에 대해서도 "처음에는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는데, 그 기대가 자꾸만 무너진다" 고 실망감을 나타냈다. 또한 "노무현 정부에 대해 아직도 불안한 게 사실" 이라며 "대통령 자신 그 특유의 소신이 확고하고 자기가 옳다고 믿고, 바로 그런 확신에서 말하고 행동한다는 것을 차차 더 느끼게 되었다" 며 "만일 그렇다면 개선의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제는 제발 그의 소신이 이 나라와 민족을 그릇된 길로 이끌어가지 않기를 빌고 있다" 고 말했다.

나는 노무현 대통령이 노빠들로 우글거리는「서프」같은 데에 머물면서 흐믓해 하기보다는 제발 김수환 추기경 같은 분의 충고에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다. 노빠들은 아마도 김추기경의 충고를 늙은이의 망령쯤으로 생각하고 있을 터이다. 그 만큼 이 시대가 어둡고 혼란스럽다는 증거다. 또스또엡스키는 볼세비키 혁명전야의 악한 기운을 느끼고 악령이란 소설을 썼는데 그는 영악하게도 그것을 귀신들의 출몰로 갈파하였다. 나는 지금 이 나라에 드리운 어둠의 기운들이 바로 그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귀신들이 떼를 지어 나라 전체를 휩쓸고 다니는 이 모든 현상들은 슬프게도 우리 크리스천들의 타락으로 비롯된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한국 교회가 빛과 소금으로서의 교회의 본질을 망각하고 외형에만 치중하여 온갖 비리의 온상으로까지 타락한 것에 대한 하나님의 보응이 바로 지금과 같은 영적인, 사상적인 혼돈을 불러일으키게 된 결정적인 원인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북한 선수단과 미녀 응원단은 돌아갔다. 미녀들은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며 손을 흔들었다. 나는 그 눈물은 진심이라고 본다. 그 눈물은 김정일의 현수막을 떼어 내면서 흘리던 눈물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피조물이 다른 피조물을 경배하고 찬양하는 행위는 가장 극악한 것이다. 그러나 그런 극악함이 국가적인 차원에서 반세기 동안 자행된 북한과의 통일은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넘어야 할 산이 너무나 많다. 더군다나 남한의 교회들이 지금처럼 엉망인 상태에서는 더욱 요원하기만 하다.

   (*  시온교회 황효식 목사님 칼럼은 인터넷신문 뉴스파워에서도 읽으실 수 있습니다. ) 

황효식 목사님의 글    
http://www.geocities.com/sion_preac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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