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교회 황효식 목사님의 기독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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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12월 18일 

목회자들의 목회자,「유진 피터슨」

사랑이 풍성한 목회자 '그'를 만나보라

로이드 죤스, 제임스 팩커, 존 스토트, 마이클 그린... 이 분들을 내가 알게 된 것은 그들의 유명세에 신세를 지거나 또는 누군가에게 소개를 받아서가 아니었다. 어떤 직관에 의하여 그분들을 알게 되었는데 아마도 성령께서 나에게 필요한 영적 자양분을 공급하시기 위하여 그분들을 직접 소개시켜 준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유진 피터슨도 그런 분들 중의 하나이다. 어느 책에선가 유진 피터슨이란 이름을 보았는데 순식간에 그 이름이 내 의식 속에 확고하게 자리 잡는 것을 느꼈다. 못 말리는 일이었다.

나는 유진 피터슨이란 이름에서 '유진'이 특히 맘에 들었다. 아주 부드러운면서도 상당히 날카로운 지성을 소유한 영민한 그리스도인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유진 피터슨의 책과 그의 사진을 직접 접했을 때, 이름을 통하여 형성된 나의 선입견이 거의 맞아떨어졌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그 느낌은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 지금은 책꽂이에 유진 피터슨의 책이 열 권이 넘게 꽂혀있지만 내가 제일 먼저 접한 그의 책은「친구에게」였다.

「친구에게」는 이제 막 새롭게 기독교에 입문한 중년의 친구에게 보내는 유진 피터슨의 서신모음집이다. 초짜 기독교인이 된 친구가 보내는 질문에 답하는 형식의 글인데 질문자의 편지내용은 전혀 없고 오로지 유진 피터슨의 답장내용만 있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일방적인 형식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어색하지 않게 둘 사이의 관계를 알 수 있을뿐더러 초짜친구가 대충 어떤 인격의 소유자인지 까지도 알 수 있다.

이 책 한 권만으로도 유진 피터슨이 얼마나 포근한 친구이며 지혜로운 조언자인지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영적인 스승으로서의 자상한 면모가 아주 탁월하게 드러난다. 성경에 사도 요한이 최후의 만찬자리에서 주님께 몸을 기대는 장면이 있는데 유진 피터슨도 역시 그렇게 편안히 기대고 싶은 사람중의 한사람이다. 상대에 대한 경계를 완전히 풀고 나를 온전히 맡겨도 되는 그런 사람이 내 옆에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유진 피터슨은 무엇보다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특히 투박할 정도로 군더더기 없는 성경 말씀에 상상의 옷을 입혀서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로 만들어 내는 데에 탁월한 은사를 받았다. 그의 책「다윗, 현실에 뿌리박은 영성」은 그가 얼마나 뛰어난 이야기꾼인지를 웅변으로 보여주고 있다. 다윗의 신앙과 우정, 애욕과 슬픔, 인내와 연단의 과정들을 마치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무리한 기복이 없이 표현하면서도 읽는 사람들에게 북받치는 감동을 안겨준다.

유진 피터슨을 단번에 일류 작가로 끌어올리게 만든 책은 "성전에 올라가는 노래"라는 주제가 붙은 시편120편부터 134편까지를 강해한「한 길 가는 순례자」라는 제목의 책인데 그 책은 시편120~134편에 대한 해설서로는 역대 최고라고 해도 전혀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시편 기자의 심리상태와 당시의 시대적인 상황까지를 세심하게 감안하여 시편의 행간 속에 숨어있는 의미까지 드러내면서 우리의 게으른 의식에 전율할만한 경적을 울린다.    

그러나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유진 피터슨의 저작은 요한계시록을 자신만의 독특한 영성으로 강해한「묵시, 현실을 새롭게 하는 영성」이라는 책이다. 나는 솔직히 요한계시록의 난해함에 지적인 호기심을 느끼기는 했지만 유진 피터슨처럼 순수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성경의 본질에 근접하려는 시도는 감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어떤 신학저널은 이 책에 대하여 "사도요한은 비로소 자기를 알아주는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라고 표현했는데 참으로 적절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유진 피터슨의 책들을 볼 때, 그에게서 느끼는 감정은 그가 나를 안다는 사실이다. 안다는 것은 이해하는 것이며 사랑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의 아픔과 상처들을 치유하고자하는 긍휼의 마음을 품고 있는 것이다. 유진 피터슨이 좋은 이유는 그가 뛰어난 신학자이거나 훌륭한 설교자라서가 아니라, 우리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자상한 조언자이며 영적인 스승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에게서 <참 목자>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유진 피터슨은 흔히 <영성의 대가>로 불리운다. 리전트 신학교에서「제임스 휴스턴」과 함께 영성신학을 가르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그를 영성에만 일가견이 있는 일종의 신비주의자로 분류하려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영성이란 모든 기독교인들이 가꾸어야하는 신앙의 밭이요, 그 밭에서 소출되는 양식과 같은 것이다. 어떤 특별한 은사가 아니다. 간혹 철야기도와 금식을 통하여 영적인 투시력은 놀랍게 향상되었지만 그것을 자신의 욕망의 도구로 악용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사랑이 없는 <영성의 대가>는 말짱 꽝 인 것이다.

유진 피터슨은 타인에 대한 따뜻한 이해와 존경이 몸에 밴 겸손한 사람이며, 영적인 몰이해와 걍팍함으로 인간성이 망가진 사람들을 치유하고자하는 동정심을 주체하지 못하는 따뜻한 성품의 소유자이다. 그의 뛰어난 영성은 사랑에 기초하고 있다. 유진 피터슨은 한마디로 사랑이 풍성한 목자이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한경직 목사님과 비슷한 타입이라고나 할까.

사족(蛇足)같은 이야기인데「좋은씨앗」이라는 출판사에서는 "껍데기 목회자는 가라" 라는 제목의 유진 피터슨의 책을 출간했을 때 거의 400쪽에 달하는 책을 오천원이라는 실비로 판매하였다. 출판사 측에서는 최소한 만원 이상을 받아야 할 분량의 책이지만 좀 더 많은 사역자들이 이 책을 보시라는 의미에서  판매수익을 전부 독자들에게 돌린다고 했다. 근래에 보기 드문 서비스였다. 혹시 오해를 하실 분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나는 순전히「좋은씨앗」에 대한 고마움으로 그 사실을 언급하는 것일 뿐이다.  

 

   (*  시온교회 황효식 목사님 칼럼은 인터넷신문 뉴스파워에서도 읽으실 수 있습니다. ) 

황효식 목사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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