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령 목사의 시사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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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1월 30일 

북한의 임 특사 문전박대와 노무현 당선자의 외교적 과제

   “평양은 영하 17도에 바람이 몹시 불어 체감 온도는 엄청나게 매서운 추위를 느끼게 했다.” 임동원(林東源) 대통령 특사가 2박3일간의 평양방문 일정을 마치고 2003년 1월 29일 서울에 돌아온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처음으로 한 말이다. 임 특사가 비단 평양의 날씨만으로 그 같은 추위를 느꼈을까? 2000년 6월 13일 열렬히 환호하는 환영 인파가 순안공항에서 평양시까지 연도에 늘어섰던 때에 비하면 이번에는 쌀쌀맞게까지 느껴지는 문전 박대였다. 그가 기안하여 추구하였던 햇볕정책의 결과로 오히려 차갑게 냉각된 남북한 관계가 그의 속 마음까지 춥게 느끼게 하였을 것이다.

   이번 방문은 남북 양측의 공식발표와 함께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적으로 이루어졌으며. 김대중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방문한 임동원 외교안보통일특보는 김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보내는 친서도 가져갔음에도 만나주지도 않고 되돌려 보낸 것은 유례없는 외교상 결례이다. 단지 김 위원장은 김 비서를 통해 “구체적으로 검토한 뒤 추후 알려주겠다”고 전했을 뿐이다. 마치 자기가 상전인양 우리 대통령의 친서를 검토해 보겠다는 말도 귀에 거슬리거니와 "추후 알려주겠다"는 말에는 북한 핵문제는 북한과 미국간의 일이니 한국은 상관하지 말아달라는 암시가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왜 특사를 북한에 보냈을까? 북한의 핵 사태가 전세계의 이목을 끄는 것도, 그리고 4.000억원 대북 지원설의 내막이 밝혀질 즈음인 것도 한국인으로, 그것도 21세기 첫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김 대통령을 당황케 하는 일이었을지 모른다. 미국이 놀랄 정도로, 그리고 러시아 같은 대국이 북한에 지원해 줄 수 있는 것보다도 더 큰 지원을 김대중 대통령은 김정일 정권에게 해 주어왔다. 이제 대통령 임기가 거의 끝나는 무렵 김대통령의 체면을 위해서라도 김정일 위원장이 대화의 실마리를 제공해 주어야 했다. 그러나 김정일은 김 대통령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차가운 인물이었다.

   그리고 핵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얻기는 커녕 문전 박대당한 임 특사의 모습이 보도되면서 불과 이년 3개월 전인 2000년 가을에는 그토록 영화롭게 빛나던 우리민족 최초의 노벨 평화 수상자 김대중 대통령의 면류관이 국제 사회에서 초라하게 비쳐지게 하였다. 그러기에 이 유례 없는 외교상의 결례는 다시 한번 국제 사회에서 더 큰 화제거리가 되는 어이없는 망신이다. 김대통령에게도 뜻밖의 일이요, 북한 전문가인 임특사로서도 도대체 김정일이란 이런 몰염치한 인물인지 영문을 모를 것이다. 받을 것 다 받고 모른 체하고 김 대통령에게 모른 척하고, 챙길 것 다 챙기 다음 김 대통령의 햇볕 정책에 등 돌리는 것이 김정일의 외교였던 것이다.

   국내에서 정치적 단수가 높다던 김대중 대통령도 여기까지는 내다보지 못하고 했볕정책을 추진하셨기에 오늘날 그의 입지가 좁아진 것 같다. 사실 김대통령의 인품의 일면에는 받은 성의 혹은 호의에 결코 모른척하지 않는 윤리가 있어 보인다. 그는 집권 시절 개혁을 외쳤지만 야당 총재 시절에 당 후보로 출마하려면 공천 헌금을 내는 관행이 있었던 것은 숨겨진 비밀이 아니다. 그대신, 그의 집권 후 그의 주변 운동권 인사들에게 벼슬 자리를 나누어 주는데 조금도 인색함이 없었다는 풍문이 있다.

   그리고 이런 풍문이 사실일 수 있음은 그의 주변 운동권 인물들이 정계는 물론이요, 공기업과 언론계 윗자리까지 차지하여 불과 오년 만에 한국 사회를 친북 좌익 세력이 활개치는 세상으로 뒤바꾸어 놓았다는 사실에서도 입증된다. 이 때문에 요즘에 김대중 대통령은 친공산주의자는 아닌가 하는 의혹을 국내외에서 사고 있다. 그런데 이점만은 분명하다. 김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기반 마련에 기여한 인물들에 후대하였다. 비록 친북 좌익 운동권 인물들이라 하더라도 그의 정계 진출에 기여했던 자들은 인권이란 명목으로 사면되고 등용되었으며, 심지어 민주화 유공자로 포상받았다. 비록 우리는 그의 그런 덕목이 일국의 안보를 책임진 대통령으로서의 치명적 약점이라 여기더라도 그는 받은 호의에 모른척하지 않는 인품이 있었다.

   따라서, 김정일도 받은 호의에 결코 모른척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김대중 대통령으로 담대하게 햇볕정책을 실시케 하였는지 모른다. 그러나 김정일은 달랐다. 김 대통령이 햇볕정책은 햇볕을 주어 외투를 벗기는 거래로 생각했다면 냉철한 계산가인 김정일은 햇볕은 공짜라고 생각했으며, 김 대통령의 정치 심리를 이용하여 되도록 많이 받아내고 많이 챙기는 계산만 하고 있었다. 한국을 속국으로 여기는 그의 머리 속에는 적화통일의 야욕이 있을 뿐이며, 햇볕정책은 그의 야욕을 성사시키는 기회라고 여겼다. 이렇듯 남한과 북한의 햇볕정책에 대한 시각이 달랐으니 햇볕정책은 우리의 안보에 헛점을 드러내는 실책이 되고 만 것도 무리가 아니다.

   죄근 들어 남한도 북한도 대미외교가 강경 일변도로 치닫고 있다. 북한은 우리는 미국과만 대화할테니 한국은 끼지 말라고 한다. 한국은 이 문제는 한국이 주도할테니 미국은 저리 비켜 있으라고 한다. 그리고 미국은 누구 장단에 춤추어야 하는 것인지 곤란해 하고 있다. 만일 북의 김정일이 냉철한 계산을 가지고 강경하게 밀어 붙이고 있다면 김대중 대통령은 다른 동기에서 미국에 강경하게 맞대응하는 듯하다. 어쩌면 그는 한국인 최초로 받은 노벨 평화상만은 부끄러운 상으로 전락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어 보인다.

   국가 원수간에 우방 국가 원수의 제의를 정면 반박하는 것은 외교사에 일찌기 그 예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더욱이 미국은 해방 후 근 이십년간 우리나라 예산의 90%를 원조해 주었으며, 현재는 우리 민족의 평화를 위해 북한에 중유를 제공하는 공여자이다. 그럼에도 김대중 대통령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 문제는 대한민국이 주도해서 북한과 대화로 풀어나가겠다는 말로 미국 부시 대통령의 의견을 묵살하였다. 노무현 당선자 역시 햇볕정책에 관한 한 김 대통령의 말을 복창하고 있다. 그는 북한의 핵문제는 한국이 주도하여 해결할 일이라는 메시지를 미국에 누누히 보낸다.

   그런데 한국이 주도권을 가지고 북한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말에는 애매모호한 점이 많지 않은가? 미국에서 북한 불가침 약속을 서면으로 해주면 우리가 북한을 설득하겠다는 말은 한미방위조약을 파기하자는 말과 동일한 것이다. 북한이 아직 우리나라를 침공하지 못하는 것은 한미방위조약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상 그 한미방위조약을 무효화시키는 미국의 북한 불가침 약속을 노당선자가 왜 미국에서 받아내어 북한에 전달하려 하는지 국민은 불안할 뿐이다. 우리는 북한 김정일의 핵인질이요 북한의 핵무기 폐기를 조건으로 북한에 원조할 나라는 미국이다. 그럴진대 이 핵문제 해결은 분명 우리가 주도해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한미 공조로 해결할 문제이다. 비록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중재하겠다는 것이 노당선자의 선거 공약이었울지라도 이제 민족의 생존권을 위해 그의 보다 신중한 외교적 언어가 요청되는 것이다.

김대령 목사의 글    
http://www.geocities.com/sion_preac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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