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령 목사의 시사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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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2월 12일 

한국 경제 대통령의 부끄러운 수표 외교

   1997년 대선 기간 중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가 내건 슬로건은 ‘준비된 경제 대통령’이었다. 실로 그는 경제 대통령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경제 원칙이 서있는 경제 대통령이었다기보다 민주주의를 즉흥적 뒷거래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는 경제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이다. 그의 경제 원칙에 일관성이 없었음은 그가 야당 총재 시절 했던 말과 그의 경제 정책이 상반된다는 사실에서도 드러난다. 미국에서는 야당 시절 대선 후보가 제시한 경제 정책이 여당이 되면 뒤바뀌는 일이 없다. 성추문 구설수에 자주 오르던 클린턴 대통령조차도 자신이 대선 후보였을 때 내세운 경제 정책을 그대로 실시하였다. 클린턴에게는 분명한 경제 원칙과 청사진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제 대통령 김대중에게는 분명한 경제 원칙도 뚜렷한 청사진도 없었던 듯하다. 어제 신문에 그의 정부가 현대에 제공한 공적 자금이 무려 40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평소 재벌 축소 정책을 내세웠던 그가 역대 그 어느 대통령도 생각할 수 없었던 천문한적 특혜를 한 재벌에 내려주었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대선 전에는 노동자들을 위한 정치를 약속하였다가 대선에 승리하자마자 하루아침 사이에 태도가 바뀌어 정리 해고제를 명문화시키는 노동법 개정을 추진하였다. 그리고 선거 유세 때는 IMF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하더니 대통령이 되자마자 IMF 권고를 앞장서서 실시하였다.

   그는 2000년 가을 노르웨이에서 낭독한 노벨 평화상 수상연설에서 "저는 민주주의적 기반이 없는 국가경제는 사상누각일 뿐이라고 확신했습니다"라고 말하였다. 지당하신 말씀이다. 그러나 그의 통치는, 대북 비밀 송금을 통치행위라고 하는 그의 주장은 한국 민주주의에 많은 숙제를 안겨 주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국사를 결정하실 때 전문가의 의견을 끝까지 경청하셨으며, 일단 결정된 사항에 대하여는 각 부서의 실무 전문가들에게 힘을 실어 주셨다. 이에 비해 김대중 대통령은 자신의 독서량이 많고 박학 다식함을 과시하는 스타일이었다고 한다. 단적으로 말하면, 실무 전문가의 보고 기능은 약하였고 국가의 주요 정책이 대통령의 한마디 지시에 의해 결정되고 추진되었다. 이처럼 정책 조율의 기능이 약한 통치야말로 독재정치가 아니겠는가.

   또, 속칭 동교동계를 불리우는 이들, 즉 수십년을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했던 사람들이 각종 인사청탁 및 이권에 개입하였다는 사실도 한국 민주주의 한 숙제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친위대를 두지도 않으셨으며 자기 주변에 동교동계와 같은 친위대가 형성되는 것도 용납하지 않으셨다. 박 대통령에게 있어서 공무원은 국민 편에 서는 국민의 공복이지 결코 대통령 편에서 아부하는 자들이 아니었다. 그러기에 민족에 비전을, 국민들에게 경제 발전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관민이 우리나라 국력의 발전을 위해 하나로 뭉치게 하였던 박정희 대통령의 카리스마는 후대의 칭송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에게는 동교동계라는 친위대가 있었으며 그 친위대는 뒷거래로 맺어진 관계이기도 하였다. 그의 정당 후보로 추천받으려면 적지 않은 액수의 공천 헌금을 내야 했으며, 자신이 대통령이 된 후에 동교동계에 후한 벼슬자리를 하사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정치권의 이런 관행이 별로 민주적이지 않음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이처럼 이런 뒷거래가 때로 민주화 운동과 혼용되어 사용되는 김대중 대통령의 정부에서는 외교도 뒷거래로 생각하였던 듯하다. "햇볕정책의 비용"(The Cost of Sunshine)이라는 제목으로 기고된 2월 10일자 타임지 사설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김대중 대통령의 외교를 "수표 외교"(checkbook diplomacy)라고 불러 한국 사람의 낯을 뜨겁게 만든다. 남북정상회담의 댓가로 금품 뒷거래를 하였으니 김 대통령의 최대의 업적인 노벨 평화상은 결국 수표 외교로 받은 것이라는 핀잔을 면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 사설의 논조이다. 그럼 여기서 그 사설의 한 문장을 인용해 보자: "President Kim's crowning achievement—his 2000 Nobel Peace Prize—may thus be tainted by charges of checkbook diplomacy" (http://www.time.com/time/asia/magazine/article/0,13673,501030210-418629,00.html )

   우리는 이처럼 국내외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돈 주고 샀다는 비아냥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만일 그것이 사실이면 김대중 대통령은 준비된 경제 대통령이었다기보다 민주주의를 상업주의적 가치관으로 생각했던 대통령으로 후대에 기억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민은 그가 노벨 평화상 수상연설에서 "저는 민주주의적 기반이 없는 국가경제는 사상누각일 뿐이라고 확신했습니다"라고 하신 말씀에 공감하기에 대북 비밀 송금에 관하여 해명하시는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리고, 10가지 실정법을 어긴 대북 뒷거래가 좀 더 소상하게 밝혀져야 하는 중대한 이유 중의 하나는 북한 경제의 보호를 위해서이다. 당초 햇볕정책의 기본 골자는 남북한 경제의 공동 번영이었다. 사실, 햇볕정책은, 남북한 화해와 경제 협력을 위한 노력은 필요하였었다. 북한의 풍부한 자원과 값싼 노동력이 남한의 선진 기술 및 수출 산업 노하우가 만날 수만 있다면 북한의 경제 회복은 물론이요 우리나라의 국제 경재력을 향상시킬 것이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 햇볕정책의 목적은 북한을 개방 경제로 이끌어내는 것이요, 이는 북한 당국자들이 내심바라는 바이기도 하다. 지난 연말까지 북한은 신의주 특구 신설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었다.

   북한의 경제적 생존을 위한 유일한 방안은 개방 경제의 선택이다. 한국을 핵인질로 삼고 미국에 원조를 요청하는 방식은 현명하지 못하다. 김정일의 핵난동이 한국의 신용 추락으로 이어지며, 따라서 그래도 형제애로 따듯한 밥을 나누어줄 한국의 경제를 위기에 빠져들게 하기 때문이다. 핵무기를 만들어 테러국들에 팔려는 생각도 유치하다. 도대체 핵무기 수출을 외화벌이 수단으로 삼는 나라가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그리고, 무릇 총기도 소지하다 보면 오발 사고가 나기 마련인데, 일단 만들어진 핵무기가 조작 실수로 발사되면 우리 민족은 공멸의 위험에 처한다. 우리 민족의 생존권 보호를 위해서라도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반드시 저지되어야 한다.

   결국, 개방 경제만이 북한 경제 문제 해결의 유일한 대안이다. 이때 북한에 가장 필요한 것은 시장 경제의 노하우와 국가 신용이다. 그런데, 지금 한국의 두 지도자의 뒷거래 외교가 전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사실, 경제 대통령으로 불려지기 원했던 김대중 대통령은 세계의 이목을 가리고 남북정상회담을 거액의 수표 뭉치로 산 대통령으로 비쳐지며, 김정일은 회담 성사와 특사 접견의 댓가를 뒷거래로 요구하는 독재자로 세계 언론에 비쳐지고 있다. 이것은 서방 세계의 대북 투자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며, 그러면 아무런 외국 투자 없는 곳에 현대만 혼자 가서 7대 사업권을 독점한들 무슨 이득이 있겠는가?

   그러기에 시장 경제의 노하우가 필요한 북한 개방의 첫 단추를 김대중 정부가 독점 계약으로 채웠다는 것은 북한에 시장 경제 노하우를 전수할 의지가 없었던 것으로 비쳐지는 것이다. 여하간, 만일 5억불 비밀 송금의 목표가 현대의 독점 계약을 위한 리베이트였다면 그것 또한 숨길 일이 아니다. 오히려, 서방 세계 여러나라에 대북 투자를 호소하던 김대중 대통령이 현대로 하여금 뒷거래로 대북 사업 독점권을 차지하게 하였다는 사실이 부끄러운 문제일 뿐이다. 이런 판국에 새정부가 대북 지원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나설수록 우리 민족은 세계에서 더욱 더 고립되게 된다. 정말로 북한을 살리려면 북한의 국가 신용을 보호하여 서방 세계의 대북 투자가 가능케 해 주어야 한다. 그럴진대, 햇볕정책의 진정한 실현을 위해서라도 대북 비밀 송금은 해명되거나 대국민 사과가 있어야 할 문제로 여겨진다.

김대령 목사의 글    
http://www.geocities.com/sion_preac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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