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령 목사의 시사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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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8월 9일 

정몽헌 회장의 비극이 남긴 대북정책의 쓴 교훈

   오늘(2003년 8월 9일) 정몽헌 회장 추모식 준비단 준비단이 11t 트럭 4대와 5t 트럭 1대 등 다섯 대의 트럭에 정회장의 대리석 추모비와 기단석 및 추모용품을 싣고 동해선 육로를 통해 방북했다. 그런데 그 추모의 의미가 우엇이든 사람들은 아직 그의 자살의 원인에 대해 궁금해 한다. 얼굴 높이 창문을 어떻게 뛰어넘어 투신할 수 있었을 것이며, 십여만 명을 거느리는 대기업 총수가 낙서하듯 쓴 유언장만 남기고 무책임하게 자살할 수 있었겠느냐를 묻는 시민들은 그의 자살설을 좀처럼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런데 정몽헌 회장의 죽음이 자살에 의한 것이었든 타살에 의한 것이었든 그것은 매우 비국적인 죽음이었다.

   기업이 발달한 가징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생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였다. 우리나라에 거지가 많았던 시절이 있었다. 어느 나라에서나 생계의 마지막 수단마저 상실한 사람들이 거지가 된다. 그리고 가난의 문제는 굶어죽는 것이다. 그래서 서민들은 직업을 해먹고 사는 길이라고 부른다. 거지는 경제적 약자요 대기업 총수는 경제적 강자이다. 그런데 한국뿐만 아니라 이제는 세계적인 대기업 현대의 총수가 자살하였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구 동성으로 말한다.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정몽헌 회장은 이 나라의 왕자로 태어났다. 정몽헌 회장이 당시 사립 최고의 명문 보성고등학교에 재학하였던 시절 미국 존슨 대통령의 한국 방문이 있었다. 그 당시 서울 연도에는 학생들과 시민들이 동원되어 존슨 대통령의 열렬히 환영하였으니 당시 가난했던 한국에 미국 대통령은 극빈 중의 극빈이였다. 시민들이 멀리서나마 미국 대통령 보는 것을 최대의 구경거리로 여겼던 그 당시를 지금 이 시점에서 회고한다면 미국 대통령 말 한마디에 우리나라의 운명의 결정되던 때였다. 학생들과 시민들은 멋모르고 열렬히 미국 대통령을 환영했지만, 그 때 그가 우리나라에 준 선물 중에서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 하나만 해도 한국의 미래를 크게 바꾸어 논 선물이었다.

   아직 전철이 통근 시민들의 주교통 수단이였으며, 통학 시내버스는 콩나물 버스였던 그때에도 그나마 몇원짜리 버스 회수권을 살 돈이 없어서 서룰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걸어서 통학하던 학생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때에도 정몽헌 회장은 왕자였다. 보성고등학교 졸업 후 연대 국문과에 진학하였던 정몽헌에게는 여느 학생들처럼 취직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의 부친 정주영씨는 이미 거부가 되었으며, 그의 사업이 날로 확장되고 있었다. 장래에 오로지 순풍만이 보장되어 있었던 정몽헌 도련님을 위해 사장자리가 예비되어 있었다.

   형제들 사이에도 왕자의 난이 일어났을 만큼 누구나 대기업 회장자리를 탐낸다. 그리고 귀공자 정몽헌씨가 현대 회장이 되었을 때 그는 삼성 이건희 회장과 더불어 한국 재계의 쌍두마차가 되었다. 그런 그가 호회장이 된지 2년만에 자살하였다. 그리고 추모행사가 북한에서 열린다는 사실은 그의 경영이 대북 사업과 깊은 관계가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기업 총수가 이운규 사장에게 유언으로 남긴 말은 대북사업 계속이었다. 고인이 남긴 유지는 새겨들어야 한다. 그러나 뭔가 좀 이상하지 않은가? 대기업 총수가 김대중의 햇볕 정책을 지지하었을 때 그는 자신이 경제인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린 것이 아닐까? 임동원이 대북사업을 통일정책이라고 말하였을 때 김대중 정부는 정치 논리와 경제 논리를 혼동하였음을 드러낸다. 그리고 정몽헌 회장 본인도 햇볕 정책이라는 정치 논리와 시장 자율에 입각한 경제 논리를 혼동하였다는 사실에 우리는 놀란다. 기업의 목적은 이윤 창출이다. 그런데 현대는 손해 보는 장사를 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김대중의 측근 박지원이 현대로부터 150억을 받아챙겼다는 것은 이 손해 보는 장사는 정부 특혜를 챙기는 장사였음을 암시한다.

   현대는 손해 보는 장사를 하고 그 손해액을 정부 지원으로 충당해 주는 것은 도대체 어느나라 기업운영법인가? 정몽헌 회장의 죽음이 타살에 의한 것이든 혹은 자살에 의한 것이든 그의 비극은 이 질못된 경제 논리와 관계가 있다. 정몽헌 회장이 12층에서 추락한 사실은 어쩌면 현대의 몰락의 조짐인지도 모른다. 한국을 대표하는 굴지의 대기업 운영진에서 이윤 창출의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한국 기업과 정부의 관계는 박정희 대통령의 개발 경제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주영씨가 북한에서 송아지 한마리 끌고 월남하였을 때 그는 국제 무역에 대한 견문이나 지식이 전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박정희 대통령 때와 전두환 대통령 때는 사업의 전망이나 수출 시장의 현황을 정부가 철저히 조사한 후에 수출 기업을 장려하였으며, 장기 저리 외자 유치에서 통관 협정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인 지원을 정부가 해 주었다. 그리고 기업주들은 정부의 경제 개발 마스터 플랜을 따르기만 하면 사업이 대성공하는 것을 경험하였다. 그래서 김대중 정부가 재벌을 해체시키겠다고 할 때도 여전히 대기업 기업주들은 정부의 리더십을 바라고 있었다. 김대중이 현대를 대북 사업에 끌어들였을 때 정몽헌 회장은 이번에도 정부가 시키는 대로 하면 대박이 터지는 줄로 알았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김대중에게는 박정희 대통령이나 전두환 대통령과 같은 전략 개념이 없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는 아직 우리나라 경제학 초창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선진 기술 이전 및 수출 시장 확보를 위해 경제팀이 많은 일을 하였다. 전두환 대통령 때도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일백 명의 경제팀이 세계 수출 시장 진출 전략을 끊임 없이 연구하고 발전시키면서 기업의 수출 시장을 열어주었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에서 경제 전문가들은 밀려나고 김대중 측근 몇명이 밀실에서 모든 것을 결정하였다.

   김대중 정권이 대북 사업을 해야 할 이유는 분명 있었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남북 경제 협력은 필요했다. 우리나라에 1987에 외환 위기가 닥쳤던 중요한 이유는 단지 정책 실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곡물 수입국인 우리나라는 지하자원도 없기 때문에 계속 원자재를 수입해야 한다. 이런 경제 구조의 취약점 때문에 외국의 외환 파동에 자연 큰 영향을 받는다. 우리에게 북한의 풍부한 지하자원과 값싼 노동력이 필요하다. 북한은 북한의 풍부한 지하자원과 값싼 노동력이 있지만 기술과 시장 경험이 없다. 그래서 남북이 서로 협력하여 한민족 경제를 발전시키는 지혜는 절실히 요구되었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가 대북 사업을 햇볕 정책의 일환으로 여겼다는 데에 결정적인 과오가 있다. 햇볕 정책은 문자 그대로 퍼주기 정책이다. 퍼준다는 것은 우리 편에서는 일방적인 손실을 당하고 북한 편에서는 가만히 앉아서 불로 소득을 즐김을 의미하는 것이다. 김대중은 대북비밀송금으로 퍼주고 관광객이 있든 없든 일인당 일회 금강산 입산료를 백불씩 퍼주고 무조건 퍼주기만 하면 햇볕 정책이 되는 줄로 아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나라의 재원을 고갈시킬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북한의 경제를 오히려 시들게 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김대중과 김정일식의 대북 사업은 경제 논리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국이 미국에서 개척한 시장들을 빼았으면서 경제 대국이 되어가고 있지만 사실 후진국이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길은 한국이 먼저 열어놓았었다. 그리고 미국이 우리나라를 도운 방식이 우리의 대북 정책에 교훈을 준다. 미국이 해방 후 이십 년간 한국 재정의 대부분을 무상 지원했던 것도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보다 큰 도움은 미국이 무상지원을 중단한 때부터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 때 우리나라에서 수출 정책이 시작된 것을 본 미국은 재빨리 미국 시장을 우리나라에 열어주었다. 그리고 기술 없고 시장경제 경험이 전혀 없는 우리나라에 기술을 이전해 주었으며 마케팅 노하우를 전수하였다. 우리편에서 자립 경제를 실현하려고 애쓸 때 우리가 홀로 설 수 있도록 우리 손을 붇잡아 주었다.

   이러한 박정희 대통령과 미국 정부의 경제 파트너 모델은 김대중과 김정일의 조잡한 경제 파트너 모델과 대조적이다. 김대중은 무조건 퍼주겠다고 말하며, 김정일은 무조건 퍼줄 것을 요구하기에 두 독재자는 장단이 맞았다. 속에 공산주의를 감추고 있는 김대중은 이것이 북한 경제를 이롭게 하리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퍼주어야 김정일은 그것으로 핵폭탄 등 대량살상무기를 만들고 사들일 뿐이다. 그리고 이런 무조건 퍼주기식 거래는 남북한 사이에만 통용될 뿐이다. 북한의 이런 거래 방법으로 그 어느 나라에 수출할 수 있겠는가? 결국 북한은 마약고과 무기 밀거래 외에는 아무것도 수출할 능력이 없는 나라로 전락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남한에는 아것이 수익 없는 사업의 고통을 의미한다. 귀공자 정몽헌 회장은 돈 걱정하다 죽었다. 수익 없는 사업은 그를 자살로 몰아갔을 만큼 고통이었다. 이것이 통일 정책인가? 아니다. 이것은 처음부터 잘못된 통일정책이요, 그러기에 처음부터 잘못된 경제 정책이었다. 남북 경제협력은 절실히 필요하다. 그러나 무조건 퍼붓기식 대북 사업은 이제 재고되어야 한다는 것이 정몽헌 회장의 비극이 무언으로 남긴 대북정책의 쓴 교훈이다.

김대령 목사의 글    
http://www.geocities.com/sion_preac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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